10월의 엽서

친구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전해 듣던 주일오후,
평소 건강하시던 아버지셔서 더 갑작스러운 소식에
친구들도 황망하기만 했다.
다음날 일찍 시간을 내어 장례식장을 찾았다.
초췌해진 친구의 얼굴을 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이른 새벽에 평소처럼 낚시하러 가시다 쓰러지셨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먹먹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몇 해 전, 칠순잔치를 해드린게 외에는
좋은 옷한벌, 사드리지 못한 게 끝내 걸린다며 울먹이는 친구...
생각해보면 영원을 살지 못하는 인생임에도 부모님과 가족들이
늘 내 곁에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어느 날, 그들이 내 곁에 더 이상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회피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되던 해,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빠.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삶에 대해
다 이해하기 어린나이였지만 언제고 아빠가
내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거 같다.
내 기억속에 아빠는 늘 누워계시고 다정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아버지는 늘 아프셨기에 조금 통증이 덜 하실 때마다
카세트테이프 안에 유언도 남기시고
살아생전 좋아하시던 노래들도 남겨주셨다.
친구의 아버지는 건강하셨기에 자식들에게 단 한마디 유언조차
없이 곁을 떠나셨으니 자식들의 마음이 오죽할까 싶다.
한 때 유행하듯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지 못하더라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거 같다.
이 순간이 기적이고
오늘이 내 생애의 최고의 순간이며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잘 익은 감이라도 전하는 수고도 필요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