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전인미답의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단어”를 읽고

잎새's 2014. 11. 28. 11:44

                                 

 

  <책은 도끼다>를 통해 저자, 박웅현씨의 삶에 대한 사유에 큰 울림을 받았기에 저자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되자 반가움이 컸다.

이 책은 201210월부터 두 달여 간 이십여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만나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 하는 여덟가지 키워드 자존, 본질, 고전, (), 현재, 권위, 소통, 인생으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늘 위험하기 짝이 없고 한편으로 매 순간이 흥미진진한 20대의 청춘들뿐 아니라 30 40, 50대가 되어서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전인미답이 아닐까싶다

 

저자가 첫 번째로 꼽았던 화두는 자존(自尊)이다.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았던 사학자 강판권씨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경상도 시골에서 새벽에 지게를 지며 나무하러 다녀야 하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지나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 계명대사학과에 입학했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졸업논문을 쓰지 못해 주제를 바꾸게 되고 자신이 촌놈이니 농업에 대해서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논문 주제를 중국의 농업사로 바꾸게 되었다.   논문의 주제를 바꾸고 신이 난 그는 공부가 재미있어 10년 동안 공부에 매진, 마침내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지만 여전히 일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느 날 서점에서 <신갈나무투쟁기>라는 책을 발견하고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펼친 책이 재미있어 나무 도감을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한 끝에 <나무열전>을 집필,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루고 현재는 계명대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판권씨처럼 정해진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들여다보며 놓치지 않을 때 남과 다른 별 하나를 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화두, 본질(本質)은 시간의 세월을 잘 견뎌낸 것들을 말한다.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포구기행에서 곽 재구작가가 말했듯이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과 본질이 아닌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세 번째로 고전(classic)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작품을 지루하고 생각할 수 있다.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 앤드류가 틀어놓은 <피카로의 결혼>3막중, 여성 이중창이 교도소 운동장에 울리자 험악한 죄수들조차 넋을 빼고 듣던 모습은 참 인상적이였다.   클래식을 모르며 살아갈 수도 있겠으나 작은 노력으로 문만 열어 두면 클래식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네 번째 화두인 견(), “온 세상이 태어나는 것처럼 일출을 보고 온 세상이 무너지듯 일몰을 봐라!” 앙드레지드가 말했듯이 우리의 삶을 바라볼 때 매 순간 기적이라 믿으며 감동하는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다섯 번째 현재(現在),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하며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하는, 바로 돌아보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    인생이란 각자의 경기를 하는 시합장같은 곳이다. 이기고 지는 경기의 결과를 떠나 자신과의 경기에서 승리자가 되어 내 기록을 더 단축하고 그래서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보다는 현재의 한 걸음이 중요하며 그 한 걸음이 모여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 권위(權威), 갑을 만날 때는 을처럼 대하고 을을 만날 때 갑처럼 대하라는 저자의 도전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주눅 들거나 굴복하는 인생은 되지 말아야 한다.

 

일곱 번째 화두인 소통(疏通)이 되지 않는 어려움을 알기에 답답할 때가 있다.    소통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며 상대방이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각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으나 결국 함께할 사람이기에 상대의 마음변화를 인정한다면 상대방에게 오해를 사거나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여덟 번째 인생(人生),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너무 안달복달하지 않아야함을 말한다.    그러다 종종 내 뜻과 무관한 실패와 마주해도 실패를 기본 조건으로 놓고 살면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인생을 살다보면 매순간 수많은 선택 앞에 놓여있다.    그 선택으로 인해 행복 할 때도 있고 때론 그 선택으로 쓰디쓴 실패의 경험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 앞에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매 순간 당연한 것들이라 여기는 일에 감탄하며 본질적인 문제에 호기심을 갖는다면 전인미답과 같은 인생이라도 살아 볼만한 하다는 저자의 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년이면 고삼이 될 딸아이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