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올 추석에는...

잎새's 2016. 9. 12. 15:15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밤새 빗소리가  들리던 어제와 달리 하늘이 세수를 한 것 마냥 맑고 파랗다. 

이런 날, 앤 이라면 무어라 표현했을까...

아침 한 줄에서 본 이후로 빨강머리 앤이 날 따라다닌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내 안의 빨강머리 앤이

자꾸 말을 건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 빨간 머리 앤-

 

행복 설정값

행복 설정값이란 고유한 행복의 기본 수준으로,

어떤 사람이 큰 좌절을 겪든, 크게 성공하든, 결국 행복지수가

처음의 설정값으로 되돌아가는 탄력성을 말한다.

영화 <비포 선셋>에 보면 사고 때문에 비록 다리 하나를 쓸 수 없다고 해도,

낙천적인 사람이라면 낙천적인 장애인이 된다는 이야기.

감정도 학습이 된다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매디슨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스스로 동정심을 키울 수 있다.

연민을 갖고 배려 깊은 행동을 하면 할수록 두뇌의 활동이 활성화된다는 것.

이 말은 동정심도 훈련할 수 있으며, 무력감이나 슬픈 감정 역시 배울 수 있다는 애기다.

                                 - 백영옥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중에서-

 

 

 올 추석에는

엊그제 친정오빠 장례식으로 휴가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형님,

이번 추석엔 꼼짝없이 어머니와 나. 둘이서 음식장만 해야 할 판이다.

2남 4녀 중 둘째 아들인 남편, 며느리는 형님과 나 둘이다.

해남에 사시는 어머니가 고향을 지키고 계시기에 아직까지

명절이나 아버님기일에는 고향집에서 보낸다.

결혼초, 명절이면 객지에 있던 자식들의 방문으로 늘 북적이던

시골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한적하기만 시골풍경은 마치 자식들 위해 

좋은 시절홀로 고향집을 지키는 어머니들의 삶과 닮았다.

 

 

2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까지 추석음식장만하고

명절을 맞는 일은 여전히 숙제다.

작가가 말했듯이 감정도 학습이 된다 하니

무겁고 피곤하다 생각 말고

즐겁고 행복한 일로

스스로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