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3인방이 있다면...
벌써 추억으로 거론되기엔 아직 이른.. 그렇지만 추억이 된...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녀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간지 2년이 되어간다.
그녀와 나는 위층아래층에... 옆집 살던 동생까지..
쌍문동에 3인방이 있었다면 매곡동에 3인방이 있었으니...
이웃이라기보다 가족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아이들 학군 때문에 이사를 보낸 후 한동안 마음 한편에서
찬바람이 불었던 시간도 있었다.
해마다 12월, 이맘때 손수 김장을 하던 그녀로부터
김장김치에 밥 먹자는 전화가 왔다.
남을 초대하는 일이 마음먹는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기에
밖에서 보자고 했으나 그녀의 살림솜씨는 나이 지긋한
어머니또래나 가능한 요리를 내놓는 살림의 여왕.
오래전부터 김장김치도 혼자 담그더니 어느 해부터는
된장 고추장까지 집에서 담갔다며 건네준 적도 있었다.
어제저녁부터 내린 눈이 하루종일 내릴 기세다.
겨울가지마다 하얀 눈뭉치가 그림처럼 쌓이고 수선스럽지 않게 눈이 내렸다.
가까이에 살았다면 더 자주 차도 마시며 오갔을 터이나
이젠 이렇게 마음먹어야만 볼 수 있으니
그리운 그 시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이들도 그만그만하고 나이대도 비슷해서 마음터 놓고
이야기하며 살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때 초등3학년이던 딸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으니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있었다.
밥 돌려놨다는 말에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밥만 해놓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수육이며 굴, 꼬막 같은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늘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새삼 또 놀랬다.
밥 한 끼쯤 편하게 밖에서 사 먹으면 되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누군가를 위해 저런 수고를 한 기억이 많지 않은 거 같다.
맛난 점심초대에 대한 고마움에 '다음번 만날 때 영화 보여 줄게...'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그녀와 꼭 닮은 포근하고 이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