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동지팥죽
엄마는 동짓날이 되면 커다란 가마솥에 팥을 뭉근히 삶고
새알을 빚어 동네 이웃들까지 먹을만큼의 동지죽을 쑤셨다.
추수를 마친 시골의 겨울은 한가롭기가 그지없다.
덕분에 한가해진 엄마를 마음껏 볼 수있다는 사실에
겨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이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세월이 흘러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보니 그런 먹거리를 챙기는 일의
수고로움에 엄마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은 일년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
오늘 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간 고삼 딸아이가 일찍 귀가 했다.
비록 엄마가 쑤던 동지죽과는 재료와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긴하나
딸과 함께 세상에 없는 동지팥죽을 쑤기로 했다^^&
팥은 한번 삶은 물을 버린후 압력솥에 40분정도 더 삶았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자니 딸아이가 해보고 싶다길래 밀대와 반죽을 건넸다.
서툴지만 제법 모양새를 갖춘 칼국수면을 만들었다.
밀가루 반죽을 밀고 컷팅하는 일이 쉽지 않은일인데
4인분에 해당되는 반죽을 혼자 다 밀고 완성한 딸래미!
그사이 팥을 체에 잘 받쳐 팥앙금만 걸러 끓여주다가
팥물이 끓으면 칼국수면을 넣고 조금 더 끓이면 완성!
그렇게 딸과 함께 세상에 없는 팥죽을 쑤어 먹었다^^
어쩌면 내가 그랬던것처럼 딸아이도 동지죽을 먹을때마다
정성어린 먹거리를 해주시던 엄마를 기억할지도 모를일이다.
새봄이면 새내기 대학생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객지에서 생활하게 될 딸아이에게
남은 겨울동안 가족의 따뜻함을 더 많이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