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라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항해이야기"파이 이야기"를 읽고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 말하는 저자 얀마텔.
끝이 안 뵈는바다를 무시무시한 벵골호랑이와 227일간의 투쟁 같은 모험담
안에는 삶의 깊은 사유가 담겨있다. 책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독자의 몫으
로 남기는 그야말로 이야기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빌리며 일주일 만에 완독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4일 만에 마지막페이지를 넘기
고 3일 만에 후기를 올리고 있으니 결국 납기일은 지킨 셈이다.
책을 좋아하는 다정한 어머니, 인도의 폰디체리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좋아라 하는 형과 함께 다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는
주인공 파이파텔. 그의 본명의 피신 몰리토 파텔이지만 '오줌 누는'이라는
'피싱'으로 놀림받기보단 '파이'(3.14)로 불리는 것을 택한다.
불완전하나 무한수를 뜻하는 이름 안에 소년 앞에 다가올 험난한 인생이
복선처럼 깔린듯하다.
1970년의 인도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시기였고 폰디체리동물원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하고 1년 만에야 동물들과
살림을 처분하고 일본화물선에 오른다.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밤, 화물선은
침몰하게 되고 구명보트를 어렵사리 타게 된 파이는 그 배안에 자신뿐 아니라
다리를 다친 얼룩말, 오랑우탄과 하이에나 방수포아래 벵골호랑이'리처드
파커'가 동승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리처드 파커'와 단둘이 남게 돼 자동물원을 운영하던 아버지로부터
맹수는 길들이기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는 생선이 잡히면 먼저 던져주고
리처드파커의 대소변도 치우며 호랑이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
돌고래 떼와 날치 떼를 만나고 미어캣과 식충식물이 사는 섬의 모험을 끝으로
227일간의 기나긴 여정이 막을 내린다. 일본운수성 관리와 인터뷰 과정에서
파이 이야기를 믿지 못하자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친 일본항해사(얼룩말),
오랑우탄(어머니), 하이에나(잔인하기 그지없던 프랑스인 요리사),
벵골호랑이(자신의 또 다른 모습)를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떤 것이 진실일지는 여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긴 채.
삶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사랑하는 가족, 동물, 자신의 신앙을 통해 헤쳐나가는
인도소년 파이파텔을 통해 내 삶의 사유들을 잠시 돌아볼게 되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느 정도의 의지와 행동을 보일 수 있는지...
그것이 나라면 어찌할 수 있을지... 얀마텔이 독자에게
남긴 몫을 조금은 알듯싶다.
"가능한 곳에서 행복을 얻어야 한다.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져서도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어야 한다"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