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박여사님의 원두막에서...
잎새's
2013. 9. 7. 15:51
"막내야, 고구마순김치랑. 깻잎장아찌랑 담았는데 갔다 먹어라..."
토요일 오전, 엄마로부터 호출을 받고 딸아이 학원 데려다주고 오는길,
박여사님 원두막에 들렀다.
이제 막 고추나무를 갈무리 한자리에 마늘을 심으려시는지 밭을 고르고 계셨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들녘과 엄마네 마늘밭.
이쁜게 단장을 마친 새색시 마냥 그림처럼 곱다.
아직 점심전이라셔서 밭에서 금방 뽑은 대파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봉지라면을 두봉, 끓였다. 들녘에서 먹는 라면맛을 무엇에 비견할까...
가을비가 내린 뒤라서인지 하늘은 더 높고 푸르다.
엄마의 밭에선 석류와 아기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오빠가 심어 놓은 백일홍꽃이 분홍빛으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
돌아오는 차에는 밭에서 수확한 호박이며,가지,대파, 김치가
엄마의 사랑과 함께 실려 있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들을 보러 가십시오 / 인생수업중에서
흐르는곡은 박상민의 "한사람을 위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