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김훈
2010.11.20
바다의 기별/김훈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생의 깊이를 느껴본 사람만이 쓸법한 글이 첫머리에 실려. 예사롭지 않은 글임을 감지했다. 인생의 슬픔과 아픔을 군더더기 하나 없이 풀어낸 작품. 내면 속의 울림을 가슴으로 토하며 글을 온몸으로 쓴다던 작가의 말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기자출신의 아버지는 6.25전쟁과 자유당, 유신정권의 시대적인 암울함속에서 오랜 병환중에 돌아가신 것, 가난을 가히 설화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힘든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아버지와 같은 기자로서 글쓰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사람이 말을 하거나 언어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잘쓰고 세련된 수사학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과 사실을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p.148
언어는 인간의 소통에 기여해야 하는데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지 않고 말을 해버리면 오히려 단절을 심화시킨다고 피력한다.
“하루라는 시간 안에 어둠이 오고 밝음이 오고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별이 뜨고 죽음처럼 잠드는 시간이 있고 또 깨어나는 부활의 시간이 있고 노동과 휴식, 절정과 맨 밑바닥이 다 있는 거죠. 하루는 사람의 한 일생과 맞먹는 시간입니다. 시간이 갖추어야 될 모든 모습이 그안에 다 있습니다.”p.161
어찌보면 그는 언어로서 인간이 인간에게 말을 거는 소통의 꿈을 꾸고 있는 소설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음악가나 미술가는 소리나 그림 그 자체로 설명한할 필요없이 자족한 세계이지만 언어는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힘이 있어서 다른 말에 의해 부정되면서 소통의 문을 여는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라고 했다.
종교나 내세, 구원같은 것은 나오지 않고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만 나온다고 피력한다.
그렇지만 그는 "소방차의 사이렌소리"를 들으며 인간의 인간다움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가 위로할 수 있다는 진실을 소방차를 바라보며 느낀단다. 이 사회가 고도로 복잡해지고 조직화되어질수록 인간은 고립되기 쉬우나 아직까지 이 사회의 기초를 지키고 버티어주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임을 동감한다. 그래서일까 화재나 천재지변의 현장에서 구출되는 한명의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119대원들의 구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숭고한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에 눈물짓고 환희하는 까닭은...
1975년 2월 15일영하의 날씨에 가녀린 몸으로 아이를 업고 늦은시간 교도앞을 지키던 여인. 김지하의 장모 박경리를 기억하며 "토지"라는 작품을 지필하던 그 소설가의 인간적이며 강직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소설가로서의 그녀의 삶뒤에 안타까우리만큼 아픔 삶이 질고가 있었다는것!
그러고 보면 고난은 우리네 인생을 더 튼튼하게 해주는 "자양분"같은 것인 게다.
고향을 떠올리며 그는 어머니를 기억한다. 설화적인 가난의 멍에를 지고 자유당의 무법천지를 살던 어머니는 거칠고 사나운 말을 싫어해서 “반듯하고 조용히 말해라. 조용히 말해야 남이 듣는다.”고 하셨단다. 늘 이웃에 대해서도 존댓말을 쓰셨고 고향을 향토가 아닌 척도와 언어로 기억하다는 부분에서는 거칠고 때론 저질스런 일상의언어들이 떠올려져 부끄럽고 그 모습을 보고 자라는 내 아이들에게 나는 퍽이나 부족한 부모다.
나의 언어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게 한 책이다.
우리아이들은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