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소노 아야코
중년이란, 이세상에 신도 악마도 없는 단지 인간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기이다.
인간인 이상 누구도 완전할 수는 없다. 저마다 버릇과 고집이 있게 마련이며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다.-p.13
요즘들어 오래된 한옥이나 고풍스런 가구나 물건들을 보면 묘한 끌림이 있다.
30대엔 느끼지 못하던 우리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소노 아야꼬는 나이듦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보다 청춘에게서 볼 수 없는 "중년의 멋"을 조목조목 써내려갔다.
내가 지금 소유한 값진 물건이나 소중한 사람들..모든것이 손에 넣은 순간부터 잃어버릴 위험이 있으니 깊은 애착을 갖지 않을 일이며 내 손에 그런것이 없다하여 대단한 비극처럼 여길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의 생각에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중년 이후, 외모는 온통 나빠지는 것들투성이이다.
삼단 복부, 이중 턱, 구부정한 등, 흰머리, 대머리, 피부의 늘어짐등
그때 불가사의한 빛을 더해주는 것은 오직 "덕"뿐이다
중년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덕망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 것이다.-p.236
비록 나이듦이 체력은 소진될 수 있으나 인생을 보는 안목과 혜안(慧眼)은 확연하게 깊어지는 시기가 중년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40세~65세까지 큰 병도 앓지 않았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다면 '아주 멋진 선물' 받은 것과도 같다고 썼다.
그릇이든, 사람이든, 충분히 써서 제 구실을 다하게 될 때라야 제맛이 난다는 옛 속담이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닌듯하다.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소노 아야코
길게 자란 파마 머리의 안쪽 뿌리 끝에
염색 안 된 흰 머리카락이 무참하게 뻗어 나와 있어.
아 저사람은 여자임을 포기했나보다.
그래서 다 시들은 나뭇잎 모양의
재색 폴리에스테르 블라우스를 입고,
거기에 짤뚝한 바지를 입고,
게다가 닳아빠진 구두를 신고,
안짱다리를 하고 앉아 있구나.
그때 마침 어린아이를 품에 안은 젊은 여인네가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등 돌리고 밖을 보며 서 있는데,
재빨리 일어나 젊은 여인에게 자리를 내준다.
여자임을 포기했어도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