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잎새's 2016. 11. 15. 16:01

 

 

호박을 썰고 감자 껍질을 벗기는 사람

마음에는 좋은 빛이 비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 조절을 하는 사람 눈가에는

 기분 좋은 느낌이 붙는다.

그러니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일도 제대로 할 것만 같다.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 하나쯤 차려낼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멀리 간다.

그 그윽함이 오래간다.

내가 뭐 해줄게, 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도마를 꺼내 부엌 조리대 위에 쿵, 하고 올려놓은 사람.

그 이후의 시간을 관객이 되어 즐기는 나 같은 사람.

나의 옆집에도 또 그 옆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이

어울려 살았으면 싶은 것은

그것이 내가 믿어보려는 '안녕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중에서-

 

 

어릴 적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기억들 대부분,

논농사와 밭농사를 많이 지으신 친정엄마,

 명절이면 해주시던 유과나 송편 같은 음식이다.

비가 내리면 일나 가지 못한 엄마가 해주시던

팥소가 가득 든 따뜻한 찐빵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 집에는 늘 손님들이 가득했는데 엄마는

집에 오는 손님은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며

꼭 밥상이나 술상을 내었던 기억도 선명하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결혼초,

집에 오는 남편친구들이나 지인들을

겁도 없이 초대하다 낭패를 보곤 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사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초대하는 일보다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또 그것에 익숙해지고 보니

지금은 사람을 초대하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한 끼의 밥을 먹으며 상대방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닐까...

내가 모르는 상대방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많은 것이 편해지고 풍요로워진 지금,

허물없이 우리 집에 초대해도 흠이 되지 않고

기꺼이 함께 한 끼의 식사를 나눌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진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