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나의 봄

잎새's 2023. 3. 7. 12:11

이웃집 식물상담소/신혜우 중에서

 
출근길 풍경, 물오른 봄꽃들이 여기저기 난리건만 하늘은 환한 봄꽃이 무색하게
미세먼지로 잔뜩 흐린 하늘.
봄을 알리는 찬란한 것들은 매화 같은 봄꽃도 있으나 초등학교 입학을 한 병아리들의
뒷모습은 더 사랑스럽다.
자기 체구만 한 가방을 메고 엄마 손을 잡고 걷는 걸음에 설렘과 불안함이 느껴진다.
 
오래전, 두 아이가 입학하던 날이 떠오른다.   사는 아파트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위치하다 보니 여유가 넘쳐 늦어지기 일쑤, 잔소리를 했던 기억들.
전날 비예보가 있어 우산을 챙겨 주어도 괜찮다 우기더니 비가 쏟아져 우산 들고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
한때는 더디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여 어서 지나길 바랐던 적도 있었으나 엄마의

보살핌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회인이 되고 보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그저 당황스럽다.

 
올봄에는 회사일과 옆지기의 어깨수술이 이어지며 봄꽃 향연을 누릴새 없이 지냈다.
다행히 수술과 회복이 잘 되어 내일은 수술 부위의 실을 제거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원래도 씩씩한 성격인 사람이었으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익숙지 않아 서로

불편한 점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좋아하던 음주를 못하니 더 예민해진 탓도 있을 것이기에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기로...

누구에게나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오는 힘든 시간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면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부부가 아닐까 싶다.  
주말에는 도다리를 사다 도다리 쑥국에 향긋한 달래무침으로 집 나간 입맛 돌리고,
봄이 가기 전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며 마음도 말도 아끼지 말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인의 말처럼 속수무책 흐르는 시간들 속에 마음이 쉬이 메말라
버리고 말 테니 말이다.
 
 
아끼지 마세요/나 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 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러운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며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