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물들다
기후변화로 단풍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풍경은 가을빛으로 물들어 간다.
어머니의 치매 간병으로 가족들이 서서히 지쳐가고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진행되어
아들인 남편이 결단을 내렸다.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 쾌적한 환경과 어머니가 계시던 시골풍경이 보이는 자연친화적안
곳을 지인의 추천으로 정했다.
홀로 기거하시던 시골에서 요양보호사와 지내시다가 다섯 명의 자식들 집에서 돌아가며
지내는 시간을 지났다.
치매라는 병은 서서히 온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시설에 보내야하는 남편 심경은 말로 표현 못하지만 긴 고민의 시간을 곁에서 같이 보냈다.
처음 일주일 적응을 못하시고 자식들 볼 때마다 눈물 바람이시던 어머니.
쾌한 달이 지나니 이젠 체념을 하신 듯 큰 감정기복을 보이지 않으시지만 그것조차 자식
위하는 마음이란 걸 나는 안다.
희로애락의 감정조차 자식을 위해 안으로 삭이는
부모란, 그런 존재다.
문득. 졸업 후 바로 취업해 서울에서의 3년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오던 고속버스
안에서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은 평온함,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나를 반기는 엄마가 계셔서 다시 살아갈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가을비가 그치면 겨울이 성큼 더 가까이 올 것이다.
우리 집에 계시는 내내 어머니는 내가 만든 단호박죽을 맛나게 드셨다.
이번주말에 좋아하시는 단호박죽 끓여 뵈러 가기로 했다.
그렇게나마 어머니의 시간들을 채워드리는 것이 자식 된 나의 일.
그리하여 나의 가을도 단호박죽 마냥 노랗게 물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