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가을산행

잎새's 2016. 9. 27. 17:05

 

 

 

무등산...

몇 해 전, 여고친구들과 함께한 무등산국립공원...

그때만 해도 너나 할 거 없이 저질체력의 소유자들인

친구들과 내게 벅차게 느끼던 산행이었다.

졸업 이후 처음으로 같이 오르는 산행이어서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카페 하던 친구는 갓 볶아 향기로운 커피를 보온병에 가져왔고

난 사과며 감을 싸가지고 갔더랬다.

군무원으로 일하던 한 친구는 말랑말랑한 빵을 증심사 초입길에서 샀다.

평소 운동부족으로 힘들게 올라온 카페친구,

다른 사람이라고 뭐 다를 거 없는 처지였지만

 우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며

힘겹게 그렇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고

중간에 같이 먹던 간식맛이란~

그때 찍었던 인생사진들과 함께 가끔씩 회자되고 있다.

 

 

바람재...

여름내 공장 이사며 기계설치가 있어 바빴던 신랑, 휴일을 맞아

산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무등산의 신선한 가을바람에 춤추는 억새가 보고 싶어 선 듯 나선길.

산장 쪽에서 중머리재까지 가는 길은 나 같은 초보산행인들에게 딱이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드는 생각,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걸었던 길이

바로 이런 느낌이랄까...

하늘을 닿을만한 단풍나무 사이로는 완만히 흐르는 강물처럼 굽이치는 흙길.

그 길을 걷노라면 어떤 시름조차 잊게 되는 신비한 길.

울긋불긋 아기단풍들이 물들면 그 풍광은 저녁하늘아래 크고 작은

등불이 켜진 듯 아름답다.

계절이 가을로 더 깊어지면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로 제삶을 다한 핏빛 낙엽이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어주는데 그 길을 걷다 보면 묘한 생각이 들곤 한다.

아직은 여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건지 초록옷, 그대로다.

 

 

불청객...

아침에 일찍 나선다고 했지만 산에는 주말을 맞아

산악회회원들이며 가족단위의 인파들로 북적였다.

웅장하면서도 온화한 품격을 지닌 무등산국립공원.

반면 산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간간이 그런 모습이 눈에 띄면 모처럼의 산행의

즐거움과 고요함을 반감시키는 이들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주위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며 음식을 펴놓고

먹는 불청객들(일부 몰지각한 단체 산악인들)

가족단위로 혹은 홀로 조용히 가을산을 찾은 다른 사람들도 있음을...

눈치가 없으면 염치라도 있든가...